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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 자료

공주 무령왕비 은팔찌 명문

by T의Tistory 2023. 8. 3.

    지난 2021년 국립공주박물관에서 열렸던 '무령왕릉 발굴 50주년 기념 특별전'에 다녀 온 사진을 정리하다 의문점이 생겼다.
 
    왕비의 은제팔찌 안쪽에 새겨진 명문 "庚子年二月多利作大夫人分二百卅主耳"에 대한 해석 부분이 그것이다. 
 
    명문은 팔찌 2개 모두 동일한 문장이 음각되어 있는데, 몇몇 글자(年, 利, 分)는 다소 달라 보인다.
 

 팔찌 A팔찌 B

    이 명문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2번째 사진의 패널 내용과 같이  "경자년(520년) 2월에 대부인(왕비)에게 은 230주이를 들여 만들었다" 이다.
 
    문헌기록에 문외한인 나로써는, "은"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主耳가 왜 수량의 단위인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分자는 어떤 의미로 해석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더불어 多利라는 단어가 매우 익숙한터라, 多利作이 제작자의 이름이 아니라 제작지의 이름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의문을 시작으로 자료를 찾고, 한자를 뜯어봤다.
 
    우선, 글자체를 보면 기본적으로 한자를 쓸 줄 아는 사람이 음각한 게 아니라, 쓰여있는 글을 보고 비슷하게 그려 넣은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 라고 알려진 글은 A의 경우 分자 처럼 보였지만(어찌보면 兮자와도 닮았다),  B 팔찌의 경우 도무지 分자라고 읽히질 않는다.  
 
  이라고 알려진 글자는 자세히 보면 A와 B 모두 卅자의 중간 획 아래에 횡으로 그어진 획 하나를 추가한 것이 보인다. 이와 유사한 글자로 丗(대 세 ; 世와 동일)자를 찾을 수 있었다.  
 
  主耳라는 글자는 국립부여박물관에서 2002년에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중국 연나라에서는 단위명 銖를 朱로도 표기하는데, 팔찌의 主가 朱(銖)와 같은 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차용되었다고 한다(정재영 2003, '백제의 문자 생활', "구결연구"11집, 구결학회). 
   무게 단위는 24수가 1냥이라고 한다. 현재의 1냥은 37.5g 인데, 고대와 차이는 있겠지만, 이 기준으로 보면 1수는 약 1.56g정도가 된다. 고대 유물인 오수전을 기준으로 한다면 오수전이 3.35g이므로 1수는 1.5g으로 보면 무난하겠다.
    무령왕비 팔찌의 무게가 167.2g과 166g 으로 총 333.2g이다. 二百卅主 라고 읽는다고 하면 343g 정도의 은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고, 가공 과정에서 소모된 것을 고려하면 333.2g인 팔찌와 비슷한 무게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앞서 자는 2개의 팔찌 모두 명확히 획 하나가 추가되어 있는 만큼 230(二百卅)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서 主耳를 검색 해 보면, 고문헌에서 이 단어가 사용된 예가 몇 건 있었다. 대략 "주인이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었다. 한편으로 耳자는 亙자(긍 ; 시간 혹은 공간을 걸치다 라는 의미)와도 유사하여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主자를 해석하기에는 耳자가 적합할 듯 하다. 
 
이렇게 정리한 후 二百丗를 검색하던 중, 기호철 선생님이 팔찌에 대해 2014년 4월 한국고대사연구회 학술대회에서  글을 발표했다는 보도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해석은 아래 기사 참고. 
 
http://www.d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3977 

공주시 무령왕비 은팔찌 ‘재검증’ 목소리 크다 - 동양일보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무령왕비 팔찌 명문 중 \'다리(多利)\'가 왕비의 이름일 가능성을 보도한 동양일보 기사와 관련해 공주시 지역사회가 크게 술렁였다. 천년역사의 수정이 불가피할 수

www.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