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 자료 중에 귀면문 기와, 귀면문 장식대도 등 귀신 얼굴 모양이라고 추정하는 유물들이 꽤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은입사귀면문 철퇴도 그 중 하나이다.
19세기 무렵에 제작된 이 유물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2005년 8월 12일 보물로 지정되었다.
지식백과나 유물 소개 글 등을 보면, 대체로 아래와 같이 설명되어 있다.
철퇴의 머리 부분은 연꽃 봉오리 형태이다. 봉오리 아랫부분에 연잎무늬를 두르고 그 위에는 도깨비 문양을 은으로 입사하였다. 머리 부분의 귀면문은 각종 질병과 재앙을 막아내는 벽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루 부분에는 화판문(花瓣文)이 시문되어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유물이 위의 설명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귀면이라고 하는 것은 그동안 귀면문 기와 등에서 보아 왔던 것과 차이가 없었다.
내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자루에 새겨진 문양이다.
처음 보자 마자 용의 몸통이 떠 올랐다. 철퇴의 자루를 나선형으로 휘감고 있는 용의 몸통처럼 보였다.
손잡이를 보고나서 철퇴의 머리를 보니, 귀면이 아니라 용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하지만, 고대 문화에 수 없이 남겨진 위와 유사한 문양을 보면서 용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많다.
흔히 알려진 귀면문 기와가 귀신 얼굴이 아니라 용의 정면 얼굴이라는 주장이 많아졌다.
나 역시 그러한 주장에 수긍하기에 더욱 용의 얼굴처럼 보였을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아래 사진을 보면 이런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왼쪽 기와는 얼굴의 상부는 깨져서 볼 수 없지만, 입의 형태나 코, 이빨의 모습, 입 주변의 수염모양 등이 오른쪽의 귀면와와 문양이 거의 같다. 귀면와 중 이러한 문양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꽤 많다.
안압지 출토 귀면와 | 수원광교박물관 소장 녹유귀면와 |
그런데, 안압지 출토품의 경우 입에 동그란 구슬을 표현해 놓았다. 입에 문 구슬, 여의주 아닌가?
용이 여의주를 무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여의주를 물고 있는 귀신을 표현한 사례가 있었나 궁금하다.
다시 은입사철퇴로 돌아와서,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이라면 조선 왕실과 관련된 인물의 물건이라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이 성립한다면, 그의 신분을 나타내는 문양으로는 "귀신"보다 "용"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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