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서라는 나무는 물푸레나무과의 한 종류라고 한다.
흔히들 알고 있는 금목서 혹은 은목서라고 하는 나무들이다.

여기서 목서에 대한 생물학적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 식물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1도 없어서, 꽃이 없을 때에는 생김새로 구분도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오로지 이 때 쯤 코 끝을 자극하는 향 뿐으로, "아~ 목서 나무가 어딘가에 있네~" 하는 정도이다.
블로그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 나무가 갑자기 등장하게 된 것도 바로 이 향기 때문이다.
10년도 넘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예전, 엘레베이터를 탔을 때의 일이다. 어느 여성이 함께 타게 되었는데, 향수의 향기가 너무 진해서 두통이 올 정도였다. 4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숨을 참아야 할 정도였다. 무슨 향인지도 몰랐지만, 그 때부터 그 향은 나에게 부정적인 향기가 되었다.
"두통을 유발시키는 향이라니...", "평소에 담배를 많이 피우나? 얼마나 냄새가 심하길래 이런 독한 향수를 쓰지..." 라는 편견을 갖을 정도였다.
그 때에는 그 향이 목서 향인지도 몰랐다. 그 향기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시간이 한 참이나 흐른 후였다.
가을 어느날, 아내와 함께 동네 골목골목을 산책 겸 거닐다가 은은하고 향기로운 냄새에 기분이 좋아진 적이 있었다.
향기를 쫓아 나무 가까이 가서야 그 정체가 목서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더불어 예전 엘리베이터의 그 독한 냄새가 퍼뜩 떠오르며, 그 때의 냄새가 목서의 향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한 동안 나에게 '두통 유발 향수'로 자리매김했던 그 냄새가 일 순간 기분 좋은 은은한 향기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이 목서 향에 대한 기억은 나에게 "과유불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일이었다.
나아가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도 "당시"에는 일소하게 하였다.
아무리 좋은 향기도 지나치면 숨을 참아야 할 정도로 고통을 주듯,
아무리 좋은 사랑도 지나치면 상대방을 질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너무 가까이 가면 서로의 가시에 찔려 아픔을 주기 때문에,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정 거리를 유지하라는 고슴도치의 사랑법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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